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은 각각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위한 자리로서 마련된 것인데, 이런 구분이 필요한 것은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활동이 공적 영역을 파괴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적인 것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과 관련되기 때문에 우리를 끌어당기는 특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매력'을 가진 사적인 것이 공적 영역에 진입해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면, 공적 영역은 그 매력에 눌려 거의 완전히 위축되어버린다. 다시 말해 '매력'은 사적인 것이 갖고 있는 힘을 표현한 것으로, 공적 영역에서는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

 생의 필요와 욕구를 해결하는 사적 영역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생의 필연성의 기준에 따라 평가되고 인정된다. 필연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적인 문제를 공적인 영역에서 다루게 되면, 필연성의 힘에서 그보다 약해 보이는 공적 문제들은 뒷전으로 물러나 앉게 된다. 자유의 문제보다 빵의 문제가 더욱 시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는 사적 영역에 속하는 대표적인 것이다.


- 김선욱 '정치와 진리'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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