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별

카테고리 없음 2008. 4. 23. 21:48
―다솔에게 준 이야기


최정례




 불가사리는 원래는 별이었던거라 홍합 고둥 달팽이 가리비 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땅에선 어부들의 웬수가 됐지만 하늘에선 찬란한 별이었던거라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어 급히 내려온거라 얼마나 참을성이 없으면 위장을 입밖으로 밀어내 식사를 하실까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불가사리 되어 파도에 쓸려 다니다 팔 하나를 다치면 그 팔의 아픈 눈 못쓰겠다며 버리고 새 팔 만들어 별 모양 그대로 지키지마는 다시 별이 될 수는 없었던거라 붉고 푸르게 그 얼굴 가꾸지마는 다시는 별이 될 수 없는거라
 마음의 끝에도 눈을 달고 한 마음 다치면 그 마음 버리고 또 마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마는 제 모습 없는 마음의 나라에선 그게 안 통하는거라 세상 아픈 것들 다 그렇게 아픈 것 버렸다면 밤하늘에 별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을거라 바닷가에 뒹구는 불가사리뿐 하늘에 빛나는 것 다 떨어지고 깜깜하기만 했을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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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끝에도 눈을 달고 한 마음 다치면 그 마음 버리고 또 마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마는
Posted by ca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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