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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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삶 중에서 가장 한스러운 것만을 뽑아내 시로 풀어내는 시인의 오기, 언어를 손아귀에서 쥐었다 폈다 하는 장인적 기술, 달빛 아래 버드나무 같은 휘영청한 가락, 그 가락을 지탱시키는 남성적 어조...
``산문에 기대어''가 퍼덕거리며 나에게 왔을 때, 나는 숨이 칵 막힐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 시인에게 편지를 썼다. 시인은 당시 전라남도의 어느 외딴 섬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거기서 날아온 장문의 답장은 어린 문학소년을 또 한번 감동시키는 것이었다.
소년은 대구에서 전라도로 건너와 대학에 입학한 뒤에 시인을 찾아뵈러 광주로 갔다. 시인은 광주여고로 옮겨와 있었는데, 내가 찾아간 그 날은 1980년 5월 16일이었다. 시인은 학교 앞 식당에서 밥을 사 주었고, 소년은 데모대가 경찰에 쫓기는 것을 심각한 표정으로 구경만 하다가 돌아왔다. 다음날부터 광주로 들어갈 수 없는 날이 계속 되었다.
그 후에, 소년은 시인이 되었다.
-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안도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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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책읽은지가 굉장히 오래됐네..
시간 많아서 싸이질할때 책도 많이 봤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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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