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해당되는 글 105건

  1. 2006.04.07 나의 시. 제목 - 復學生 1
  2. 2006.03.19 겨울
  3. 2005.09.26 헤비메탈을 들으며
  4. 2005.04.27 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5. 2004.11.11 제목을 입력해 주세요.
오늘은
금요일
찾아오는
손님없어
놀러갈
곳도없어
하루종일
숙제나
이게다
남는거지
내일도
갈곳없어
이게다
남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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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카테고리 없음 2006. 3. 19. 00:01
잎은 지고 새는 떠나고 차가운 서리 내려
얼어붙은 숲속에서 너는 말했지,
겨울은 길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바람으로 털실을 짜서 너의 빈 가지 덮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했지,
내가 너의 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마음 윙윙 소리내며
빈 가지 사이를 맴돌기만 하지

(그림같은세상 - 황경신, 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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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을 들으며
-김경미

ㅡ선배도 이젠 고상한 음악 좀 들으세요
나이도 있는데...... 온 국민이 다 재즈 팬인데......

돌아와 또 메탈 볼륨을 올린다 드럼 채가 튀어 식탁을
두드리고 신발장 안의 구두들 일제히 날아오른다
미안하다 이웃들이여 나 진심으로 그대들 사랑한
적 없다 서로 사랑하지 말고 묵묵히 멀리 있자고
그것만이 진실된 사랑이고 노래이리라고
나 또 이렇게 시끄러운 볼륨을 높이니

고백건대 국산도 말고 외제 메탈만 듣는다
멀리 있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
상처가 되지 않는 거리
라벤더와 제라늄 식의 먼 명칭들
고백건대 저녁 무렵이 되면 신데렐라처럼
소리치고 싶어진다 돌아가야 해요 난 실은
사람이 아니에요 난, 난 식물이란 말예요!

매일 몇 마디씩이라도 하는 내가 때로 시끄러워
견딜 수가 없다 침묵과
슬픔과 내향만이 내가 아는 메시아 이므로
그러므로 누가 뭐래도 나는 무겁고 묵묵하게
그 고요하고 슬픈 음악을 들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식물처럼 깊어질 때까지




*

이런 정체불명의 글

나는 헤비메탈을 좋아하진 않지만
매일 몇마디씩이라도 하는 내가 시끄럽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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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한 가지 꺾어 스스럼 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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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삶 중에서 가장 한스러운 것만을 뽑아내 시로 풀어내는 시인의 오기, 언어를 손아귀에서 쥐었다 폈다 하는 장인적 기술, 달빛 아래 버드나무 같은 휘영청한 가락, 그 가락을 지탱시키는 남성적 어조...
``산문에 기대어''가 퍼덕거리며 나에게 왔을 때, 나는 숨이 칵 막힐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 시인에게 편지를 썼다. 시인은 당시 전라남도의 어느 외딴 섬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거기서 날아온 장문의 답장은 어린 문학소년을 또 한번 감동시키는 것이었다.
소년은 대구에서 전라도로 건너와 대학에 입학한 뒤에 시인을 찾아뵈러 광주로 갔다. 시인은 광주여고로 옮겨와 있었는데, 내가 찾아간 그 날은 1980년 5월 16일이었다. 시인은 학교 앞 식당에서 밥을 사 주었고, 소년은 데모대가 경찰에 쫓기는 것을 심각한 표정으로 구경만 하다가 돌아왔다. 다음날부터 광주로 들어갈 수 없는 날이 계속 되었다.


그 후에, 소년은 시인이 되었다.

-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안도현)중



*
그러고 보니, 책읽은지가 굉장히 오래됐네..
시간 많아서 싸이질할때 책도 많이 봤는데 쩝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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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노래·셋

김정환


먼 데서 가까운 데서
비오듯 태양이 타네요
찌는 듯한 더위를 저에게 주셔요
8월도 한나절 어느 한많은 광복절 같은
기쁨의 절정을 저에게 주셔요
그대가 또한 제게 바랐던 것은
아픔의 절정,깨달음의 절정,만남의 절정, 분단되어 있음의 절정
그리고 참음의 절정이겠으나
지워지지 않아요 그대를 만난 여름, 자갈밭 뜨거운 땡볕.
제 끝에 묻은 채로 있을 그대의 신선한 입김은
그리고 제 발목에 새겨진 샌달 끈 자욱
그대는 혹시 몹시 지루해도 하실 겨울 해 긴긴 밤을 내내
제가 저 혼자 남은 온기로 지워내야 하듯이
부서지지 않아요 그대가 제게 빼앗겨버린
그대의 은밀한 신음이 밴 공기는
태양이 타는데
먼데서 가까운데서 태양이 타네요
찌는 듯한 불볕 더위를 저에게 주셔요
그 활활 타오름의 세계를 저에게 주셔요
그대와 다시 만날 눈물 뒤범벅
아아 가르쳐 주셔요 그대
앙칼진 사랑의 무기를
태양이 타는데
그대와 진정 다시 만날 수 있도록






*
놀라워. 말을 이리 굴리고 저리굴리는 저 마술같은 솜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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