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해당되는 글 105건

  1. 2009.03.05
  2. 2009.03.05 내 마음의 지도 - 이병률
  3. 2009.03.04 흑염소의 만트라 - 고진하
  4. 2009.02.26 식사법
  5. 2009.02.20 성냥
  6. 2008.11.02 겨울비
  7. 2008.09.27 소금꽃
  8. 2008.09.17 뭐지? 1
  9. 2008.09.04 밤하늘 4
  10. 2008.08.22 밤 기차
  11. 2008.08.08 봉함엽서
  12. 2008.07.08 노량진 고시촌
  13. 2008.06.29 잘 가라 내 청춘
  14. 2008.06.22 없던 쥐
  15. 2008.05.19 그날 밤
  16. 2008.05.08 병아리를 파묻으며
  17. 2008.04.30 기찻길 옆 1
  18. 2008.04.23 바보별 5
  19. 2008.04.15 아내 1
  20. 2008.04.15 눈요기

카테고리 없음 2009. 3. 5. 14:28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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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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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 귀찮아서 십여개 스캔떠왔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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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너나없이 말이 많아진다
제 몸에서 죽음이 자라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일까

고진하, '흑염소의 만트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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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법

카테고리 없음 2009. 2. 26. 12:26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번의 삶,을
잘 넘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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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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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

카테고리 없음 2009. 2. 20. 21:43
김남조


성냥갑 속에서
너무 오래 불붙기를 기다리다
늙어버린 성냥개비들,
유황 바른 머리를
화약지에 확 그어
일순간의 맞불 한 번
그 환희로
화형도 겁 없이 환하게 환하게
몸 사루고 싶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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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카테고리 없음 2008. 11. 2. 00:46

최정례


그놈들이 왔다
강아지만 하다가
조약돌만 해졌다가
다시 팥알만큼 작아진
염소 새끼들이 쳐들어왔다
흑옥 같은 눈동자
유리창에 와 매달렸다
움메하고 불렀다
검은 내를 이루었다
담배 가게 지붕 위서
쓸쓸한 어깨 사이로
패인 길바닥으로
지하철 선로 옆으로
웅크리고 몰려다녔다
곤두박질치는 놈
엉덩방아 찧는 놈
세상 첫 발이라고
단정히 내려놓는 놈
아침부터 밤중까지
앓는 소리를 내며
그놈들이 몰려오고
유리창에 매달리고
겨울이 왔다




*
그놈들이 왔다
겨울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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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카테고리 없음 2008. 9. 27. 15:09

엎어진 술병이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고 바닷바람 혀로 굴리며 놀고 있다

이안 '소금꽃-태안기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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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카테고리 없음 2008. 9. 17. 02:16
공광규



문자를 여의고 말을 떠나는
이해할 수 없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설명하면 틀려버리는
그리고 아주 우연인
글로 쓰면 아직 그곳에 덜 도달한
입술에 올려지면 허공으로 사라지는
다가와도 못 막고 도망가면 잡을 수 없는
너무 큰 문자이거나 말이어서
가둘 수도 쫓아버릴 수도 없는
애걸해서도 요구해서도 거친 성욕으로도 안 되는
마음을 아주 놓아버려도 안 되는
무엇이 안 된다거나 된다라고도 할 수 없는
다만, 마음에 들면
아주 오래오래 바래지 않는
혹시 바래거나 잠시 물건처럼 잃어버려도
흙 속에 묻힌 보석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




*
'그리고 아주 우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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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카테고리 없음 2008. 9. 4. 01:00


비오는 밤에는
왜 하늘을 보지 않지요?

비오는 밤에는 별이
내 살갗에 박히니까요
모래알로.

- 차창룡 「밤하늘3-북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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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차

카테고리 없음 2008. 8. 22. 20:48
밤 기차

- 이상희


의자는 달리고
추억은 날뛴다
창밖 검은 바다 저 멀리
먼 북소리 물거품처럼
둥둥둥 떠오르는 얼굴들
스쳐 달리는 마른 번개 속.







*
추억은 날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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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함엽서

카테고리 없음 2008. 8. 8. 23:16
봉함엽서

- 이상희


세상에 나와 이로운 못 하나 박은 것 없다. 못 하나만 잘 박아도 집이 반듯하게 일어나고 하다못해 외투를 걸어 두는 단정한 자리가 되는 것을. 나는 간통을 하다가 생을 다 보냈다. 시를 훔치려고 소설을 훔치려고 외람된 기호를 가장했다. 아, 나는 남의 것을, 모든 남의 몫뿐이었던 세상을 살다 간다. 가난한 눈물로 물 그림을 그리던 내 책상은 긍지처럼 오래 썩어 가게 해 달라. 단 하나, 내 것이었던 두통이여, 이리로 와서 심장이 터지는 소리를 막아다오. 그리고 떳떳한 사랑을 하던 부럽던 사람들 곁을 떠나는 출발을 지켜봐 다오.







---
아,
해 달라.
두통이여,
막아다오.
지켜봐 다오.



-------시와 아무 관계없는 오늘의 기록---------
연필깎기를 2만 5천원이나 주고 샀는데 마음에 안든다
돈쓰고 즐거워본 기억이 없다
에이 씨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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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석


조선왕조가 문을 닫은 지 백 년이지만
노량진에는 여전히 지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 사람들의 텃새쯤은 사투리로 밟아두고
저마다 고향의 특산물이 아닌
특산물을 팔아치운 돈 몇 푼을 거머쥔 채
배 대신 기차를 통해 들어와
땅을 사서 뿌리를 박았다.
뜨내기 보부상처럼 봇짐 하나씩을 짊어지고
어디를 걸어도 골목뿐인 길을 돌아다녔다.
출신을 알 수 없는 어깨들과 부딪치며
온몸에 붙은 졸음을 쫓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다다르면
고시원으로 들어가거나 식당 앞에 줄을 섰다.
처마 밑에 모여 시험에 대해 떠도는 소문들을
담배 한 갑으로 나누어 피웠다.
길바닥에는 단풍보다 화려한 전단지들이 뒹굴었다.
다달이 시험은 멈추지 않았고 한번 뿌리가 걸린 사람들은
쉽사리 노량진을 뜨지 못했다.
어느 누가 손에 잡힐 듯한 금의환향을 마다하겠는가.
한번 떠난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며
웃음은 모두 증발해버린
비린내 대신 짠내만 가득한 동네
노량진 고시촌.



*
짠내만 가득한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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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내 청춘

-이상희


달면 뱉고
쓰면 삼킨다
가죽처럼 늘어나버린
청춘의 무모한 혓바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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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쥐

카테고리 없음 2008. 6. 22. 00:49

배추며 고추, 들깨와 호박넝쿨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눈이 마주쳤던
집이 여긴데 가긴 어딜가
외려 당당했던 없던 쥐

이안 '없던 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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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카테고리 없음 2008. 5. 19. 23:42
도종환


노란 물이 아직 남아 있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창가에 앉아 같이 웃고 있지만
지난겨울 이 녀석들 몰려와
학교 뒷건물 유리창 다 깨부수던 날 밤을
나는 잊지 못한다
속을 다 드러내 보여준 유리 같은 가슴
한 장 한 장 비명 소리를 지르며 깨지던 날
창호지같이 얇은 내 마음 갈기갈기 찢어지던 날

계단에 앉아 농담을 주고받으며 있지만
이 녀석들 어둠 속에서 학교 손수레를 부수고
불질러 그 불에 고기를 구워 먹던 날 밤을
나는 잊지 못한다
캄캄한 폐허의 가슴에 시뻘건 불길이 솟고
겨울바람 불어 매섭던 그 밤
밑도 끝도 없는 분노와 미움으로
이 녀석들 눈발 속에서 술 취해 짐승처럼 울부짖던 밤

아기예수 태어나신 날 경배하던 밤
내리던 눈발도 불길에 쫓겨 흔적 없던 밤





*
개인적으로 도종환시인을 매우 안좋아하지만
이것만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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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지난밤 쥐도 새도 모르게
쥐새끼에게 앞가슴 생살을 파먹혀 죽은
피 묻은 털가죽만 남은 병아리를 뒷뜰에 파묻으며
그래, 흙은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말해 버리고 돌아서니
여직 봉분 없는 무덤 주위를 배회하며 허둥거리던 삶이
간사하게도 고개를 높이 쳐들더라
삽날에 묻은 흙이 채 마르기도 전에




*
간사하게도 고개를 높이 쳐들어 쳐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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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카테고리 없음 2008. 4. 30. 03:15
최정례


 무리무리 까마중 꽃이 별 떨기 같았다 가짓빛 까마중이 익었다 왜식 철도 관사 담장 밑에서 그 자식과 까마중을 따 먹고 있었다 자식이 갑자기 내 치마를 왈칵 들추고는 달아났다 쫓아가다 나뭇가지에 걸려 치맛자락을 찢겼다 자식은 멀찍이 달아났다

 억울해? 억울해? 억울하면 빨개벗고 덤벼 덤벼 돌멩이를 집어던졌지만 반도 못 미쳤다 개천 건너 그 자식 집에서는 늘 흐느적거리는 전축 소리가 새어나왔다 문틈으로 들여다보면 환하게 입은 여자들과 남자들이 꼭 끌어안고 빙글빙글 돌아갔다 엄마는 거긴 얼씬도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일렀었다 비밀 땐스홀이라고도 불렀다 그 자식을 놓치고 담장 밑으로 와 새콤하고 아린 까마중 한 알을 입속에 터뜨릴 때면
 장앙해앵여얼차아…… 장앙해앵여얼차아아……
 멎었던 기차가 느릿느릿 역전을 빠져나갔다
 개똥참외가 노래지고 벌써 며칠째 기다렸는데도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철로 변에 자갈돌들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집 안에서는 끝도 없이 재봉틀 밟는 소리뿐이고 기차는 잘도 떠나갔다
 서울로 장항으로 목포로






*
최정례씨를 앞으로 좋아할것만 같은 전군을 위해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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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별

카테고리 없음 2008. 4. 23. 21:48
―다솔에게 준 이야기


최정례




 불가사리는 원래는 별이었던거라 홍합 고둥 달팽이 가리비 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워 땅에선 어부들의 웬수가 됐지만 하늘에선 찬란한 별이었던거라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어 급히 내려온거라 얼마나 참을성이 없으면 위장을 입밖으로 밀어내 식사를 하실까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불가사리 되어 파도에 쓸려 다니다 팔 하나를 다치면 그 팔의 아픈 눈 못쓰겠다며 버리고 새 팔 만들어 별 모양 그대로 지키지마는 다시 별이 될 수는 없었던거라 붉고 푸르게 그 얼굴 가꾸지마는 다시는 별이 될 수 없는거라
 마음의 끝에도 눈을 달고 한 마음 다치면 그 마음 버리고 또 마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마는 제 모습 없는 마음의 나라에선 그게 안 통하는거라 세상 아픈 것들 다 그렇게 아픈 것 버렸다면 밤하늘에 별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을거라 바닷가에 뒹구는 불가사리뿐 하늘에 빛나는 것 다 떨어지고 깜깜하기만 했을거라



*
마음의 끝에도 눈을 달고 한 마음 다치면 그 마음 버리고 또 마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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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카테고리 없음 2008. 4. 15. 21:59
조영석


내 집에는 나무 한 그루 산다.
대학 시절 도서관 구석 자리
사람들 몰래 책을 읽고 있던 나무
집에다가 옮겨 심었더니 잘 자란다.
나무는 수맥이 보일 만큼 투명하다.
가늘고 긴 가지를 늘어뜨려
집 안 곳곳에 씨를 뿌리고
하루 밤 하루 낮 동안에 꽃을 피운다.

아침이면 나무는 유리창을 열고
십여 미터 아래로 뿌리를 내린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뿌리는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그늘이 번지는 것처럼 조금씩 몸을 늘인다.
나무의 뿌리를 통해 먼 곳에 있는 물과 방이
집 안으로 흘러들어오고
나는 집 안에 남아 있는 가지에 몸을 얹고
책을 읽는다.
하루치 영양분을 섭취한다.
밤이 되면 나무는 뿌리를 거둬들이고
나는 유리창을 닫아준다.
뿌리는 여기저기 도끼에 찍혀 생살이 벌어져 있다.
투명한 핏방울이 배어나와 마루를 적신다.
나는 안티프라민을 상처에 바르고 밴드를 붙여준다.
나무는 제 방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린다.
전날 읽던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읽다가
졸음이 올 때마다 책장을 아삭아삭 씹어 먹는다.
불을 꺼주면 나무는 책을 든 채 잠이 든다.
나무의 방 안은 나무가 피운 꽃으로 환하다.
나는 나무를 끌어안고 잠이 든다.



*
도서관 구석 자리 사람들 몰래 책을 읽고 있던 나무
...
하드코어의 대마왕도 아내에 대한 글을 쓸 때는 그럴 수가 없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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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요기

카테고리 없음 2008. 4. 15. 21:58
조영석


승객보다 좌석이 더 많은 오후의 지하철
스포츠지가 주인을 잃고 에어컨 바람에 펄럭인다.
벌거벗은 여자들을 갈피마다 숨겨두고
슬쩍슬쩍 보여준다.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젖히며
살 오른 목의 주름을 편다.
나는 읽던 책 사이에 간지(間紙)를 은밀히 끼워넣는다.
등받이에서 허리를 조금 내리고
허벅지를 모아 다리를 꼰다.
복숭아빛 스타킹이 꽁꽁 동여맨 여자의 허벅지가
스커트 속에서 조금씩 벌어진다.
여자의 무릎 사이로 검은 동굴이 뚫린다.
지하철도 침을 삼키며 꿈틀댄다.
동굴 입구가 조금씩 넓어진다.
깊숙한 곳에서 흰 것이 번쩍인다.
눈동자가 먼저 날아가서 조금 핥는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여자의 붉은 혀가 꽃처럼 피어나고
여자의 무릎은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두 다리 사이에 그어진 금기의 금, 손대면 죽는다.
지하철이 역에 진입하며 요동친다.
여자의 다리가 서로 애무하며 벌어진다.
벌어진다, 나의 눈동자, 동굴 속으로 흰 것이 보인다.
팽팽해지는 사타구니, 배가 불러온다.


*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여성을 묘사한 듯 한데
조영석의 시들은 진짜로 하드코어다
비극도 희극도 아닌 진짜 하드코어.
도저히 옮길 수 없는 시들도 많이 있었다.

(낮은 톤으로)
"손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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